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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 상태에 빠진 스리랑카가 연료 공급 중단으로 국가붕괴 직전에 놓였다.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과 물가급등 여파가 신흥국을 덮치면서 도미노 국가부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반둘라 구나와르데나 정부 대변인은 오는 28일부터 스리랑카의 학교가 폐쇄되고 오는 10일까지 모든 연료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민간 부문에 대해서도 재택 근무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대중교통과 같은 필수 서비스에 대한 연료는 판매될 수 있으나, 지역 간 대중교통은 중단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구나와르데나 대변인은 "항만, 의료서비스, 식품 운송은 휘발유와 경유가 제공될 것"이라면서 그 외에는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전례 없는 재정과 외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라닐 위크라마싱하 스리랑카 총리 겸 재무장관은 지난주 완전한 국가 붕괴에 대해 경고하면서, 필수품과 전기 부족이 악화돼 현금으로 연료를 구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당국은 올해 초 달러 채권 채무 불이행과 외환 보유고가 감소한 후 수입에 지불할 새로운 자금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및 인도나 중국과 같은 양자 채권자와도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대변인은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중지시킨 상태에서 외국 기업이 연료를 분배해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리랑카 현지 공립학교는 이미 폐쇄된 상태이며, 공무원들도 재택근무로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고 있다. 수도 콜롬보 안팎의 도로는 텅 비었고, 주유소 역시 마찬가지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은 스리랑카의 문제만이 아니다. 코로나19 발생 후 2년여가 지나면서 신흥국의 재무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국제금융연구소는 32개 신흥국(스리랑카 불포함)의 공공 및 민간 총 부채가 20%포인트 증가해 국내총생산(GDP)의 248%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특히 그간 주요국의 초저금리를 활용해 자금을 융통해오던 저소득 국가들은 급격한 글로벌 긴축 움직임으로 재정적 압박에 직면해 있다. 신흥국의 고성장·고위험에 베팅하던 투자자들은 위험을 기피하기 시작했고, 신흥국들은 채권발행 등을 통한 차입이 불가능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파키스탄도 스리랑카와 유사한 수순을 밟고 있다. 중국과의 일대일로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서며 부채가 지난해 4분기 기준 1300억달러(약 168조원)까지 불어난 파키스탄은 지난 4월 새 정부 출범 이후 IMF와 구제금융 지원 재개를 논의중이다.
경제난이 심각해지며 지난 24일에는 중국으로부터 약 150억위안(약 2조9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으며 위기 진화에 나선 상태다. 앞선 23일에는 기준금리를 12.25%에서 13.75%로 1.5%포인트 인상했는데, 지난 두 달 동안 파키스탄은 기준금리를 4.0%포인트나 올렸다.
이밖에 스리랑카, 잠비아, 레바논 등은 위기에 봉착해 대출을 제공하거나 부채를 구조조정 하는 등 IMF 등과 국제적 지원안을 협상하고 있다.